학술 글쓰기 — 논증의 뼈대를 몸에 익히기
영어 에세이의 문단은 문장마다 한 가지 일을 맡기고 그 일을 정해진 순서로 놓으면 짜입니다. 주장을 놓고, 근거를 대고, 예상되는 반론을 다루고, 다음 문단으로 넘깁니다. 이 순서를 가장 빨리 익히는 길은 잘 쓴 문단 하나를 분해해, 같은 순서에 내 내용을 넣어 매일 조금씩 써 보는 것입니다. 학술 문체는 어휘 목록이 아니라 이 순서라서, 낱말을 외워서는 옮겨 오지 않습니다.
학술 문단의 문장은 각각 무슨 일을 하나요?
학술 문단은 하는 일이 정해져 있습니다. 선행 연구를 정리하고, 그 안의 빈틈을 지적하고, 자기 주장을 놓고, 근거를 대고, 예상되는 반론을 미리 막습니다. 분야가 달라도 이 동작들은 거의 같습니다.
그래서 내 분야 논문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같은 동작을 하는 문단을 골라야 합니다. 인용을 어떻게 자기 문장으로 소화하는지가 궁금하다면 그 일을 잘하는 문단을, 반론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궁금하다면 그 일을 잘하는 문단을 가져오세요.
연습할 글은 얼마나 길어야 하나요?
논문 한 편을 통째로 넣으면 대부분 도입부만 몇 번 보다가 끝납니다. 잘 쓴 문단 하나가 논문 한 편보다 낫습니다. 문단 하나에도 주장·근거·연결이 다 들어 있고, 끝까지 갈 수 있는 크기이기 때문입니다.
문단을 고를 때는 자기 글에서 가장 자주 막히는 자리를 기준으로 삼으세요. 서론에서 막히면 서론 문단을, 논의 부분에서 막히면 논의 문단을 가져옵니다.
연결어를 많이 쓰면 학술 문체가 되나요?
학술 문체를 흉내 낼 때 가장 흔한 실수는 연결어를 뿌리는 것입니다. however, moreover, furthermore 를 문장 앞에 붙인다고 논증이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순서가 어긋난 문장 사이에 연결어가 끼면 읽는 사람이 더 헤맵니다.
먼저 문장의 순서를 봅니다. 이 문장이 앞 문장의 무엇을 받는지, 다음 문장에 무엇을 넘기는지. 순서가 맞으면 연결어는 절반쯤 없어도 읽힙니다.
어떤 문장을 손에 익을 때까지 반복해야 하나요?
"A는 B라고 보고했다", "이 결과는 C와 일치한다", "다만 이 해석은 D를 전제한다" 같은 문장은 논문마다 모양이 거의 같습니다. 이런 문장은 매번 새로 만들 것이 아니라 몇 개를 확실히 쥐고 있어야 합니다.
쥔다는 것은 그 뼈대에 내 연구 내용을 넣어 바로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눈으로 알아보는 정도로는 쓸 때 안 나옵니다. 같은 뼈대로 며칠에 걸쳐 내 내용을 몇 번 넣어 써 보면 그때부터 초고 속도가 달라집니다.
글쓰기 시험 전 하루 연습은 어떻게 짜나요?
주말에 몰아서 길게 하는 것보다 하루 25분쯤을 매일 하는 편이 남습니다. 첫날에는 예시 문단 하나를 골라 문장마다 맡은 일을 한 줄씩 적습니다. 둘째 날부터 넷째 날까지는 하루에 문장 두세 개씩, 예시를 익히고 뼈대를 본 뒤 같은 뼈대로 내 문장을 씁니다. 닷새째에는 예시를 보지 않고 같은 역할 순서로 내 문단을 씁니다.
시험 2주 전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 처음 보는 과제로 시간을 재고 한 편을 끝까지 씁니다. 그다음 며칠은 그 글에서 가장 약했던 문단 역할에 씁니다. 매일의 시작은 새 문장이 아니라 지난번에 통과하지 못한 문장입니다.
남의 문단으로 연습하면 표절이 되나요?
연습에서 원문을 따라 쓰는 것과 논문에 원문을 옮기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입니다. 연습은 표현을 몸에 넣기 위한 것이고, 그 결과로 나와야 하는 것은 같은 일을 하는 내 문장입니다.
실제 원고를 쓸 때는 인용은 인용 표시와 함께, 나머지는 내 문장으로 씁니다. 연습 단계에서 원문과 똑같이 쓰는 데 집착하지 않는 편이 이 구분에도 좋습니다.
잘 쓴 문단 하나를 붙여넣으면 그 문단의 역할 순서와 문장의 뼈대를 익혀 내 연구로 쓰는 학습이 만들어집니다.
